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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도자료 | 8가구 소통의 삶터, 노후 대비 상가 만들었죠 작성일 16-03-13 11:47
글쓴이 최고관리자 조회수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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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완공된 첫 협동조합주택 출판사 대표ㆍ교사ㆍ목사 등 8가구
이웃 배려하고 설계의 묘 살려 모든 가구 북한산 조망 가능하게 상가에 북카페ㆍ막걸리집 입주
임대 수익 공평하게 나눠
지속 가능한 공동주택 새 모델로 제주선 2차 프로젝트 진행 중

‘말년을 어디서 살까’는 중요한 문제다. 한창 때 여러 식구가 복닥대던 집은 자녀가 독립해 나간 뒤엔 처치곤란이 되기 일쑤다. 들어가지 않는 방이 늘어나고 유지비는 유지비대로 나가는 상황에서 은퇴 후 고정수입마저 끊어지면 그야말로 애물단지 신세다. 상당수의 노인들이 평생 살던 곳을 등지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낯선 이웃과 낯선 동네, 줄어든 거주공간, 일거리 없는 삶은 여생을 한없이 위축시킨다. 사회의 중심부에서 물러난 후에도 당신이 여전히 가치 있다 말해줄 사람, 집, 동네를 예비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박한 과제다.

아파트 전셋값으로 얻은 평생 보금자리

서울시 은평구, 북한산 등산로 초입엔 여덟 가구가 모여 사는 4층짜리 집이 있다. 은퇴자와 은퇴 예비자들을 위한 공동주택이자 국내 1호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이하 구름정원)’이다. 구름정원의 시작은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하 하우징쿱)이다. 건축가 기노채(공정건설 대표)씨는 주택 건축의 상당 부분이 시공사의 이윤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주도의 집 짓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3년 6월 기씨를 이사장으로 출발한 하우징쿱은 국내 최초의 주택협동조합이다. 생활협동조합처럼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공동주택을 짓고 조합원들은 설계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같은 공동주택이라도 연립빌라와 달리 각 세대의 공간 구조가 다 다르고, 모여서 지으니 당연히 비용은 줄어든다. 구름정원 입주자들이 60㎡(전용면적 기준, 약 18평) 크기의 집을 얻는 데 들어간 비용은 땅값과 시공비를 합쳐 2억4,000만원 정도. 공동등기로 인한 비용 절약은 덤이다.

입주자 대표 하기홍씨는 “아파트 전셋값 정도로 평생 살 보금자리를 얻은 셈”이라고 말한다. 하씨는 구름정원이 들어선 땅의 원래 주인이다. 낡은 2층 주택에 살던 그는 공동체 생활을 꿈꾸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땅을 내놨다. “이 동네는 재개발이 예정돼 있던 노후 지역입니다. 하지만 재개발 한 번 하고 나면 주민들은 다 쫓겨 나고 공동체는 깨져 버리죠. 앞집 사람과 인사만 까딱 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남남이라도 서로 기대서 대가족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에 동의해 모인 조합원들은 출판사 대표, 목사, 작가, 수학 교사, 경제학 박사 등 다양하다. 집의 성격은 첫째 입주자 간의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집, 둘째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친환경 주택, 셋째 노후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집으로 정해졌다. 설계는 건축가 윤승현(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대표)씨가 맡았다.

“처음 부지를 봤을 때 북동쪽으로 펼쳐진 북한산의 수려한 풍경에 감탄했습니다. 주민들이 입주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저 북한산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혹시라도 일어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 세대에 북한산 조망을 약속했습니다.”

1층 상가로 노후 대비…지속가능을 위한 노력

이때부터 복잡한 퍼즐 맞추기가 시작됐다. 거의 테트리스를 방불케하는 조합 끝에 모든 가구가 집에서 북한산을 감상할 수 있게 됐지만 퍼즐은 이제 시작이었다. 어떤 입주자는 어린 조카들이 놀 수 있는 복층을 원했고 어떤 입주자는 작업실과 생활공간이 분리되길 바랐다. 자기 집을 짓는 일 앞에선 모두가 예민해지기 마련이지만 8세대의 요구가 모이니 설계의 묘 외에도 입주자 간 배려가 필수였다.

2014년 10월 집이 완공되기까지 1년 간, 구름정원 입주자들은 매주 만나 토론회를 열고 1박2일 MT, 애니어그램, MBTI 등 ‘함께 살기’를 위한 고강도 훈련을 거쳤다. 1년 동안 부대끼고 나자 옛 시골 마을처럼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아는, 제법 돈독한 주택 공동체의 모습이 갖춰졌다. 주민들은 지금도 4층에 마련된 사랑방에 정기적으로 모여 집에 관한 일을 상의하고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며 허물 없이 지낸다.

그러나 공동체는 끈끈함만으로 지속될 수 없는 법이다. 구름정원엔 공동체 형성에 필수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묻어 있다. 1층과 지하 1층에 조성된 상가는 입주자들의 노후 대비용이다. 여기서 나온 임대수익을 입주자들이 공평하게 나누면 은퇴 후에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할 것이란 복안이다. 현재 1층엔 북카페가 들어와 운영 중이고, 남은 두 곳의 점포 중 한 곳은 얼마 전 등산객들에게 막걸리와 전을 파는 가게로 바뀌었다. 윤승현 건축가는 1층 상가가 동네에 살가움을 더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저는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의 가장 큰 해악이 거리에서 사람을 없앤 거라고 생각해요. 1층에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을 만든 것 때문에 동네가 사람의 거리가 아니라 차의 거리가 됐어요. 구멍가게에서 물건도 사고 남의 사는 모습도 슬쩍슬쩍 보이고 해야 걷는 맛도, 사는 맛도 나지 않겠어요.”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것도 거주 안정성을 높인다. 구름정원은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패시브하우스를 지향해 지어졌다. 외벽과 내벽에 이중 단열을 하고 창은 모두 3중 단열창을 썼다. 옥상엔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했고 수도는 지하수를 활용한다. 하씨에 따르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전기세는 늘 1만원 이하”다.

협동조합 2차 프로젝트 곧 제주서 완성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안쪽만이 아닌 바깥으로도 향한다. 건축가는 집 외관을 디자인할 때 “북한산 닮은 집”을 생각했다고 한다. 흰색의 집 외관은 투박하고 단순해 등산로 초입의 번잡한 간판들과 충돌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 있는 느낌이다. 건물 입구에는 건물을 관통하는 마을길을 두었다. 구름정원 뒤편에 사는 사람들이 등산로에 진입할 때 건물을 빙 돌지 않고 이곳으로 바로 질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 집 하나가 아니라 동네 전체를 보고 시작한 일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북한산이 있는데 왜 여기가 철거지역이 돼야 합니까. 주택 공동체가 마을 공동체로 확대되고 우리에게 맞는 동네를 우리 손으로 만드는 데 이 구름정원이 시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하기홍씨의 말이다.

하우징쿱의 2차 프로젝트는 이달 제주도에 완공된다. 현재 8차까지 조합원 모집이 완료됐고 설계가 진행 중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없던 개념인 주택협동조합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주택 소비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주체적이 됐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을 거절하고 넓고 화려한 집에 홀려 하우스 푸어가 되는 것도 마다한다. ‘적당한 가격에 질 좋은 주택 소유하기’라는 불가능한 꿈이 지금 다양한 주거실험을 통해 현실이 되는 중이다.
윤승현 건축가는 구름정원이 “획일화된 주택 공급 방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협동조합형 주택이 대세가 될 순 없을 거라고 봅니다. 공동체를 이뤄 산다는 게 모든 사람에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다만 융자 받아 집 사는 것 외에 다른 방식을 떠올릴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양한 대안이 등장할수록 현 주택 시장의 불합리가 해소되고 왜곡된 것들이 바로 잡힐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성자: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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